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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일수 있을까 ?

lcs20230 2020. 3. 16. 13:47

“자손들에게 통제를 벗어난 기후시스템을 남겨준다는 건 부도덕한 일이다.”
- 제임스 핸슨, 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름과 겨울이 너무 뚜렷해지다보니 이제는 겁이 날 정도다. 여름은 찜통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그리도 덥더니, 이번 겨울은 시베리아가 따로 없을 정도다. 12월 평균기온이 영하 1.7도로 1973년 자료를 수집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라더니 새해 들어서는 더 춥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1월 평균기온도 최저기온 기록을 깨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사실 우리나라 기상청은 그동안 잘못된 예보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번 추위는 정확하게 예측했다. 지난해 9월 25일 “올 겨울이 일찍 찾아오고 눈도 많이 뿌릴 것”이라고 발표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예보의 근거가 좀 역설적이다. 지난 여름 북극의 해빙(海氷)이 기록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 여름에 북극 얼음이 많이 녹으면 그해 겨울이 추워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됐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는 건너뛰기로 하자.

아무튼 여름에 북극 얼음이 지나치게 녹아 북반구 겨울철 혹한을 만든다는 것이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인류가 뿜어대는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것도.

●교토의정서는 실패작?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심지어 온난화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인류는 20여년 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1997년 채택돼 2005년부터 발효된 ‘교토의정서’다. 당시 최대 배출국이었던 미국이 2001년 탈퇴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기간이 만료할 때까지 의무감축에 참여한 37개 나라들은 1990년 배출량에 비해 평균 16%나 줄이는 등 나름대로 결과를 낸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9일자 ‘네이처’에 실린 ‘교토 이후(After Kyoto)’란 특집 기사를 읽고 나서는 약간의 환멸이랄까, 그동안 너무 순진한 생각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토의정서 의무감축 대상국들은 지구를 살리겠다고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개도국 취급을 받아 감축 대상에서 유예돼 한동안 경제성장에 큰 지장을 없을 거라고 얘기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13일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산업연구소(IWR)가 발표한 2011년 이산화탄소 배출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339억 톤으로 2010년에 비해 2.5% 증가했다고 한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중국이 89억 톤으로 1위, 미국이 60억 톤으로 2위고 우리나라는 7억3900만 톤으로 7위다.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의 3배에 이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의 기준연도인 1990년과 비교해보면 무려 187%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 세계의 증가량 50%에 비해 월등이 높은 수치다.

‘네이처’에 교토의정서가 실패작이라는 글을 쓴 영국 옥스퍼드대 디터 헬름 교수는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들이 교토의정서 의무에서 유예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초에 의무감축 대상국들은 2012년 자신들이 목표대로 5% 감축에 성공하면 다른 나라들의 배출량이 늘어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1990년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오산이었다는 것.

최대 배출국이었던 미국이 이탈한 게 주요원인일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닌 건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감해 2011년은 60억 톤으로 1990년의 55억 톤에 가까워졌다. 결정적인 요인은 중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가들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다. 중국은 2000년 이후 거의 3배가 늘어났고 인도는 2배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10년 뒤 두 나라의 수요는 현재의 2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1990년만 해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세계 에너지의 3분의 2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절반이 안 된다. 나라별 에너지 사용량을 보여주는 원형 그래프를 보면 2011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석유로 환산하면 123억 톤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26억 톤으로 21%를 차지하고 아시아가 48억 톤으로 39%다. 한편 미국은 23톤으로 18%를 차지하고 유럽이 29억 톤으로 24%다.

그런데 교토의정서 37국의 초과달성 성적이 과연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아래 막대그래프를 보면 노란색이 감축목표(괄호 속 %값)이고 파란색이 실제 결과다. 가장 왼쪽의 뉴질랜드는 유지(0%)를 목표로 했었는데 무려 60%나 늘어나 낙제점을 받았다. 반면 가장 오른쪽의 리투아니아는 8%를 줄이기로 했는데 무려 80%나 감소했다. 오른쪽 성적이 좋은 나라들은 주로 구소련에 속했거나 동유럽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구소련의 붕괴로 마침 이 기간에 이들 나라의 산업이 무너진 결과라는 것. 그리고 교토의정서의 주축인 서유럽 국가들 역시 장기적인 불황에 시달렸기 때문에 어차피 온실가스를 배출할 성장동력이 부족했다. 물론 노르웨이처럼 재생에너지 비율을 극적으로 높여(주로 수력발전으로 전체 에너지의 65%를 차지) 목표는 유지 수준(1%)이었지만 실적은 절반으로 줄인 나라도 있다.

헬름 교수가 지적한 교토의정서의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은 탄소배출량을 생산 기준으로 세웠다는 것. 예를 들어 영국은 20%가 넘게 감축해 목표치인 12.5%를 초과달성했다. 그런데 탄소배출량을 소비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헬름 교수는 200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의 탄소 생산량은 15% 줄었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19%가 늘었다고 폭로했다. 자국내 석탄광을 폐쇄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한편 중국 같은 나라에서 물건을 수입해 쓴 결과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다. 반면 지난 20년 동안 중화학산업이 급성장한 우리나라는 배출량이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소비 기준으로 보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제2의 전성기 맞은 석탄

교토의정서가 간과한 또 하나의 문제가 화석연료 수급에 대한 예측실패다. 출범 당시 머지않아 석유가 고갈되면서 가격이 급등해 각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올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태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날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추정매장량은 1991년보다 오히려 60%나 더 늘어났다. 탐사기술과 추출기술이 발전한 결과다.

그래도 석유값이 많이 오르긴 했는데 그 해결책으로 부상한 게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20세기 들어 석유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석탄이다. 특히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의 석탄의존도는 급격히 늘어나 전세계 석탄생산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태워진다고 한다. 오늘날 중국과 (급부상하는 또 다른 에너지 블랙홀인) 인도를 합치면 석탄화력발전소가 매주 세 곳 꼴로 문을 열고 있다고 한다.

석탄은 석유만큼 온실가스 배출하는데다 유해한 물질을 훨씬 더 많이 내뿜어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뜻밖에 독일 같은 환경선진국도 석탄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데 일본 원전사고 등의 여파로 원전을 조기 폐쇄하면서 부족해진 에너지 공급을 갈탄(저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 메꿀 계획이라고 한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에너지 공급의 25%를 차지하던 석탄이 이제는 30%에 육박하고 있다.

●기술보다는 정책

현재 인류는 2020년 출범을 목표로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준비하는 모임을 갖고 있는데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무튼 헬름 교수는 새로운 체제에서는 크게 세 가지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탄소 생산이 아니라 소비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하루빨리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주에너지원을 바꿔야하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

‘네이처’ 1월 3일자에는 기후변화를 늦추는데 기술보다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맥락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21세기 동안 온도상승(산업혁명 이전 기준)을 2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탄소가격제(carbon price)’ 같은 강력한 정책집행이 시급하다는 것. 2도 이내라는 기준은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 온도상승이 이 범위를 넘어서면 기후변화가 통제불능이 될 거라는 예측에서 마련했다.

탄소가격제란 탄소원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호주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이산화탄소 1톤에 23호주달러(약 2만6000원)를 물리고 있다. 스위스와 호주, 뉴질랜드 등 다국적 연구팀은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지금 당장 톤당 40달러의 탄소가격제를 실시할 경우 온도상승을 2도 이내로 묶을 가능성이 66%이지만 실시 시기가 늦어질수록 성공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한편 감축 기술의 발전 정도나 에너지 수요의 변동 폭에 따른 성공 가능성의 편차는 정책 실시 여부에 따른 편차보다 적었다.

온실가스 배출 급증이 유발하는 기후변동으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진행해온 1차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고, 지구촌은 그 증거라도 되는 듯 북반구는 혹한과 폭설에, 남반구는 혹서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차 시도를 서둘러, 그것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기후변동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떠올리면 정말 걱정이 된다.